정장입고 출퇴근하는 환경미화원 "직업 탄로날까봐…"
날짜, 기자 2010-06-08 08:00 CBS사회부 최인수 · 김효은 · 이대희 · 김정남 기자
환경미화원'이라는 순화된 이름에도 불구하고 청소노동자는 가장 멸시받고 천대받는 직업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인지 가족들에게까지 자신의 직업을 숨기기 위해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는 청소부도 있다.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하다보니 인간관계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청소부들의 비참한 삶을 들춘 CBS 기획보도, 마지막 순서로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청소부들의 속내를 들어봤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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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37)씨는 매일 아침 구청에 출근한다고 하고 초등학교 4학년 아들에게 뽀뽀를 하고 나온다.
옷차림 역시 세미정장에 구두를 싣는다.
아직도 아들은 그를 구청 공무원으로 알고 있다.
중구 필동, 명동 등지의 이면도로 청소를 맡은 환경미화원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지만 7년째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이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사실을 털어놓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들이 좀 더 크면 이해의 폭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자원재활용처리장에서 일하는 임모(70)씨는 아예 멀쑥한 정장 차림에 서류 가방을 들고 출퇴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즐겨 입었던 옷차림이다. 자녀들은 그가 야간 경비 업무를 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도 그냥 회사일 한다고 한다. 샤워장에서 싹 씻고 옷 갈아입고 가면 아무도 몰라“
주변사람들에게는 정장을 입은 회사원으로, 진짜 자신의 모습은 서울 도심의 지하 공간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청소원으로, 이렇게 2중 생활을 한지가 벌써 2년째다.

23년째 청소부 일을 하고 있는 이모(57)씨의 경우는 아들이 크면서 아버지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그러나 아들은 아직도 밖에서는 아버지의 직업을 숨기고 다닌다.
학창시절 아들이 아버지의 직업을 회사원이라고 적어놓은 걸 보고 혼자서 무너지는 가슴을 달랬을 뿐 아들에게 달리 뭐라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청소부 자녀들의 결혼은 그래서 더욱 서럽다.
25년째 서울 강북 지역의 모 구청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61)씨는 4년 전 자녀들을 결혼시켰다.
결혼자금도 넉넉지 않아 힘들었지만 더 큰 스트레스는 며느리와 사위에게 차마 자신의 직장을 밝힐 수 없었던 점이다.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는 거죠. '(자식들이) 청소부 딸이다 아들이다'는 사실을 괜히 사돈에게까지 알릴 필요 없지"
며느리와 사위는 지금도 ‘그냥 일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따라서 가족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도 시아버지, 장인이 ‘그냥 일하시는’ 이야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어색해 진다.
◈ 집에 있을 때는 잠만 자…“인간관계 위축, ·대인 기피증 걸리기 십상”
청소부들은 이렇게 청소 일을 한지 오래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할 것 없이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모(57)씨는 손에 잡히는 이유를 ‘냄새’로 돌린다.
“저희 같은 경우는 씻고 다니지만 씻고 다니지 못하는 경우는 심지어는 식구들도 멀리해요. 왜냐면 냄새가 배니까”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판국에 하물며 사회생활이야 어떻겠는가.
서울 송파구에서 3년차 청소부로 있는 김모(52)씨는 “(냄새가 몸에 밴 때문에) 남들 앞에서 떳떳하게 내 놓고 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청소차를 몰고 있는 박모(57)씨는 대인관계에서 자꾸만 위축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냄새난다고 밥도 못 먹고 가족들에게도 환영 못 받고..사회적으로도 떳떳하게 말 못하고...”
그의 옷은 다른 가족들의 옷과 분리해서 세탁된다. 그러나 분리되는 건 옷 뿐 아니다.
“쉬는 날에도 특별한 일 아니면 안 나가요. 소주병 끼고 집에서 잠이나 자고...대인기피증 걸려요”
쉴 곳 없어서 화장실에서 밥먹고, 다리 밑으로 출근하고, 때로는 딸 나이 쯤 된 어린 대학생에게 멸시받고, 올빼미처럼 밤에만 일하는 ‘환경미화원들’.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길거리 쓰레기처럼 짓밟히는 삶을 살고 있는 청소부들만 현재 전국적으로 60만명(노동부 한국직업전망 2009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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