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를 제대로 하려면 현장 분위기를 읽을 줄 알아야...
경주가 끝난 후에 이런 말을 많이 하죠? “집에서 생각해 온대로만 베팅 했으면 무조건 맞추는 건데” 전날 예상과 당일 현장분위기의 비중에 대해 아는 전문가들과 자주 얘기를 해봅니다. 그때 저는 이런 말을 합니다. ‘전날 예상은 30%를 넘지 않는다. 베팅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 분위기이며, 그걸 잡아내는 것은 예리한 감각의 몫이다’
예를 들어보기로 하죠. 이번 주 토요일 10경주를 봅시다. 저는 출마표를 보고는 1군 중하위권 경주이고, 별로 배당도 없는 영양가 없는 경주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쉬는 경주로 생각했었죠. 그러나 당일 현장분위기를 보는 순간 마음이 변했습니다. 오전부터 줄기차게 이어오는 저배당 행진은 고배당을 예고하는 것이었고, 선행마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인기 1위마 세이버다크를 타고 입상못한 김태경 기수의 사연도 있고, 토탈의 말 상태는 최상이었습니다. 전 이 경주를 단 한마디로 정의했습니다. ‘하드코어 댕주로에서 태경이 분노의 레이스를 펼치다’ 따라서 작전을 변경해서 쉬어갈 10경주에 강승부를 했고 짜릿한 적중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산 마권은 상식 이하의 마권입니다. 2000m를 선행마끼리 뺑 돌아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경마를 조금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점을 지적했을 것이고, 많은 예상지에서도 이점을 생각했기 때문에 토탈을 별로 잡지도 않았고요. 그런 점 때문에 배당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하루 종일 추입으로 들어온 말은 해란강과 인리스티드 밖에 없었고, 이 둘은 엄청난 능력마 였습니다. 그나마 해란강은 이른 아침도 잡지 못하고 2착을 하고 말았었죠. 그럼 이 경주는 추입능력마가 있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날 선행 나가서 입상 못한 말은 단 한 두도 없었고, 선입마의 강세였습니다.
그런 현장 분위기를 감안해서 살 수 있는 마권, 아니 살 수 밖에 없는 마권이 되었던 것이죠. 정말 제대로 경마를 하고 싶다면 현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감각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최상의 감각은 배가 조금 고픈 상태에서, 베팅을 자제 하면서 감각을 아낄 때 최대한 발휘된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시고요.
명마는 왜 모두 거세마였을까?
외국산마 중에서 명마는 거의 대부분 거세마입니다. 원인이 무엇인가? 지금은 주로 미국에서 말을 수입하지만, 과거에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수입했습니다. 이쪽은 거세를 많이 하는 나라들입니다. 개별거래마 중에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오는 말 중에 숫말 찾아보세요. 아마 거의 없을걸요. 과거에 잘 뛰던 말들, 즉 대견, 신세대, 풀그림 모두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수입했기 때문에 거세당한 거죠. 또한 이쪽 나라들은 괜찮다 싶은 말을 헐값에 팔아넘길 때에는 거세를 합니다. 말은 줘도 후대까지 주고 싶지 않다는 심뽀죠.
새강자의 거세는 위의 경우와 조금 다릅니다. 원래 마사회 경매에 떨어질 정도로 마체가 안 좋았다고 하네요. 발육을 위해 거세를 한 측면도 있고요. 결정적으로 새강자는 더러브렛이 아니라 더러브렛계입니다. 모마 축제가 혈통이 불분명한 더러브렛계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생산에 투입될 수 없는 말이므로 일찌감치 거세를 해 버린 거죠. 만약 새강자가 더러브렛계가 아닌 더러브렛이고, 숫 말 이었다고 해도 과연 자당과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 의문이 듭니다. 자당의 부마인 디디미에겐 노던댄서의 근친이 심하고, 새강자 또한 노던댄서계통이죠. 모마 축제도 혈통을 헤집어보면 역시 노던댄서계통인 니진스키가 보입니다. 그렇게 보면 노던댄서의 근친이 너무 강해서 혈통이 활성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지구력보다는 스피드 위주의 짤막이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비가오면 선행마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비가 오면 경주로가 가벼워지기 때문에 주파기록이 빨라지고요. 선행마가 쉽게 지치지 않기 때문에 선행마가 유리합니다. 그러나 이건 일반적인 얘기일 뿐이죠. 경마 초보자들도 알고 있는 상황을 기수들이 모를 리가 없겠죠. 너도 나도 선행나간다고 절라 비벼대기도 합니다. 한 네 마리정도가 앞에서 그렇게 비벼버리면 전부 죽는 거죠. 그래서 페이스 잃지 않고 졸졸 쫓아간 선입마와 추입마가 동반 입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마리의 선행력이 탁월해서 단독선행이 예상된다면 선행마를 사보는 게 좋을 듯 하고요. 선행력 비슷한 말들이 3~4마리 정도 포진되어 있다면 선입마와 추입마를 엮어 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베팅은 case by case이기 때문에 상황에 직면해서 당일 벌어진 경주상황을 살펴보고 감각적으로 베팅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추입마의 환상을 벗긴다.#1
아마 한국에서 경마하는 사람은 거의 다 추입마를 좋아할 것입니다. 추입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와 앞서가는 말을 역전하는 쾌감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는 현대인들이라면 추입마의 멋진 역전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겠죠. 자신 앞에 놓인 역경을 이겨내기 힘든 것이 현실인데 추입마는 그런 것을 헤쳐나가니까 말이죠.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만 추입마를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1978년 미국에서는 서로 만나서는 안 될 희대의 명마 두마리가 3관 경주에서 대결을 벌였는데, 그 두마리의 명마는 바로 Affirmed와 Alydar였죠. Affirmed는 3번의 맞대결에서 1 1/4마신, 목차, 코차로 모두 승리하면서 20세기 최후의 3관마가 되었는데요, 만약 Affirmed가 없었다면 Alydar는 후착을 9마신 이상 이기며 3관마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희한한건 켄터키더비와 벨몬트 스테익스에선 Alydar의 인기가 더 좋았고 특히 뉴욕에서 벌어진 3관경주의 마지막인 벨몬트 스테익스에선 Alydar가 훨씬 더 팔렸다는 점입니다. Affirmed가 두번이나 이겼는데 Alydar가 동부 출신이라는 점도 있지만, 진짜 원인은 경주거리와 질주습성에 있었습니다. Affirmed는 빠른 발을 주무기로 한 선행마였지만, Alydar는 아주 화려한 추입을 구사하는 추입마였다는 점입니다. 특히 벨몬트 스테익스는 2400m의 장거리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죠. 1900m에서 목차로 패한 추입마가 2400m에 나왔으니 당연히 이기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이죠. 미국넘들도 추입마 꽤나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1. 추입마는 어떤 말인가?
추입마하면 생각나는게 뭘까요? 역시 폭발적인 추입력 이겠죠? 혹자는 불꽃 추입이라고 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추입마의 특성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대개 지구력과 뚝심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도 추입마의 뒷심은 돋보입니다. 그러나 추입마라고 다 뒷심이 좋을까요? 제가 아는 추입마는 초반에 힘을 아끼고 막판에 힘을 쏟아 붓는 말입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추입마라고 해도 초반에 외곽으로 돌고 중반에 무리하면 막판에 힘을 쓸 여지는 적습니다. 추입마의 생명은 힘을 아끼는 것이지 뚝심이나 지구력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요즘 외곽을 이용하는 작전이 많이 전개되고 있고, 일부 개별 수입마들은 무리다 싶은 질주를 하고도 추입을 구사합니다만 경마에서 가장 유리한 각질은 무엇이죠? 당연히 선행이죠. 진로 막힐 걱정 안하고 앞서가니 일단 벌어놓은 게 있어서 유리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포기하면서 가시밭길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편한 길로 가서는 승산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추입으로 나가는 건 아닐까요? 같은 성적을 내는 말이라면 추입마보다는 선행마의 능력을 더 사주는 것이 정석입니다. 선행은 레이스상으로 보면 편한 길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촛불처럼 사르며 가는 것이기 때문에 진짜 가시밭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같은 성적이라면 선행마에게 점수를 더 주는 것이 맞죠.
선행마가 입상하려면 그만큼 발도 빨라야 되고 힘을 꾸준히 소진하고도 막판에 땅을 파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따라야 됩니다. 반면 추입마는 힘만 아끼다가 막판에 진로를 잘 잡아
힘을 폭발시켜주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쉽죠. 정말 능력 있는 선행마라면 추입마에 비해
뒷심이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것 역시 수긍이 안가시죠? 그렇다면 요즘 어리버리하기는 하지만 한때 잘나가던 추입마 애증을 한번 볼까요? 한때는 강한 구미에 나와서도 추입으로 곧잘 입상했었는데요, 애증은 원래 추입마가 아니었습니다. 도주마 중에서도 왕도주마였죠. 그러다가 상위등급에 올라가 도주가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구력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특유의 스피드를 바탕으로 추입마로 전환하게 된거죠.
물론 애증이 도주하고 땅을 판 것은 힘이 덜 찬 상태일 때의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시절 애증이 땅 파기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힘이 찬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바닥을 쳤다면 추입마로 이정도 성장하지는 못했겠죠. 하지만 추입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역시 이정도로 크지도 못했겠죠.
자, 이제 추입마의 정의를 다시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추입마는 뒷심과 지구력이 좋은 말이
아니라 초반에 힘을 아끼고 막판에 힘을 쏟아 붓는 말이라고 물론 스피드와 뒷심이 받쳐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추입마가 선행마에 비해 뒷심이 탁월하게 좋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추입이라는 것은 작전의 개념이지 능력의
개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추입마에 대한 환상은 영원히 깨지지
않습니다.
*추입마의 환상을 벗긴다#2
1편에 이어 추입마에 대해 계속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제가 이런 썰을 푸는 것은 추입마에
대한 환상을 깰 때 실력이 팍팍 는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사담입니다만 일전에 파워경마 예상진과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이병주씨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추입마에 대한 환상을 버릴 때 경마실력은 한 단계 상승한다고(이때는 1997년이니까 이병주씨는 파워경마에 있던 것 맞습니다)
저 또한 계속해서 그런 고민을 해왔고 거기에서 많은 얘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제가 생각한 것을 검증할 수 있었고 그게 정리되어 오늘의 썰로 이어진 것입니다. 계속해서
썰을 풀어보기로 합니다.
2. 추입마는 거리가 늘수록 유리한가?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단거리에서는 선행이 유리하고 장거리에서는 추입이 유리하다라고 현상만 본다면 맞는 말입니다. 장거리를 선행으로 버틸 능력이 없다면 선행보다는 추입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장거리라고 해서 반드시 추입마가 유리할까요?
얼마 전에 은퇴해서 씨암말로 간 해암장군을 볼까요? 해암장군은 3세마 대상경주를 3개나
휩쓸고 1군에 승군 했습니다. 종반 탄력으로 보아 장거리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1900m에서 입상 한번 하고, 2000m에서는 무리한 선행싸움 탓도 있지만 완벽한 한계를 보이며 무너졌습니다. 해암장군이 나이가 어린 탓에 힘이 덜 찬 것도 있지만 거리적성이 짧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해암장군에게 번번이 지던 고려방, 비천봉은 2000m를 극복한 것과 대조적이죠. 따라서 추입마라고 거리가 늘어난다고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작년 3세마 경주에 2000m가 들어갔거나 1400m가 있었다면 해암장군이 전부 우승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시행하지 않지만 과거에 2300m 경주를 시행한 적이 있었죠. 거리가 늘어날수록 추입마에게 유리하다면 최장거리인 2300m는 추입마의 세상이어야 옳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1700m보다 1400m에서 추입마가 힘을 더 쓰는 것과는 다른 차원 입니다.
1700m보다 1400m에서 추입마가 힘을 더 쓰는 것은 자리싸움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 입니다. 1700m는 175m를 가면 곡주로를 만나고 추입마가 1,2코너에서 자리를 잡느라 헤매는 사이에 선행마는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멀리 도망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1400m는 직선주로가 길기 때문에 추입마가 거리를 손해 보는 일은 적죠. 어지간하면 기나긴 직선주로에서(575m) 자리를 잡습니다. 그래서 1700m로 거리가 300m 늘어나도 선행마가 더 유리합니다.
그러나 2300m는 얘기가 다릅니다. 직선주로도 길고 거리도 최장거리이기 때문에 추입마가
유리할 것 같지만 따라가다가 지쳐서 추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팬들이
생각하기에 막강한 뒷심을 가진 추입마가 따라가다가 지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능력이 안되어 뒤따라가는 말이라면 추입으로 기회를 노리는 수동적 추입마라면
힘을 쓸 찬스도 잡기 전에 지치기 일수 입니다.
2300m 경주를 만 3간 시행했는데 완전 추입작전을 펼진 말이 우승한 것은 단 두 번에
불과합니다. 하나는 완전 머리말이 허접한 상대를 만나 어렵게 추입해서 우승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랑프리에서 힘을 아끼다가 순간적인 스피드로 추입한 경우입니다. 대체로
추입마가 유리한 상황이었죠. 그것 빼고는 완전 추입마가 입상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경마팬들이 생각한 것처럼 추입마가 지구력이 탁월한 말이라면 장거리에서 연전연승
할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가 그렇지 않다면 추입마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될 것입니다.
추입마의 추입은 능력보다는 작전의 개념이고, 최장거리로 갈수록 능력이 나은 선행마나
선입마가 우승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말은 지난번에 거리가 짧아서 입상을 못했는데
이번에 거리가 늘어났으니 될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추입마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반영
하는 한마디일 것입니다.
경주가 끝난 후에 이런 말을 많이 하죠? “집에서 생각해 온대로만 베팅 했으면 무조건 맞추는 건데” 전날 예상과 당일 현장분위기의 비중에 대해 아는 전문가들과 자주 얘기를 해봅니다. 그때 저는 이런 말을 합니다. ‘전날 예상은 30%를 넘지 않는다. 베팅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 분위기이며, 그걸 잡아내는 것은 예리한 감각의 몫이다’
예를 들어보기로 하죠. 이번 주 토요일 10경주를 봅시다. 저는 출마표를 보고는 1군 중하위권 경주이고, 별로 배당도 없는 영양가 없는 경주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쉬는 경주로 생각했었죠. 그러나 당일 현장분위기를 보는 순간 마음이 변했습니다. 오전부터 줄기차게 이어오는 저배당 행진은 고배당을 예고하는 것이었고, 선행마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인기 1위마 세이버다크를 타고 입상못한 김태경 기수의 사연도 있고, 토탈의 말 상태는 최상이었습니다. 전 이 경주를 단 한마디로 정의했습니다. ‘하드코어 댕주로에서 태경이 분노의 레이스를 펼치다’ 따라서 작전을 변경해서 쉬어갈 10경주에 강승부를 했고 짜릿한 적중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산 마권은 상식 이하의 마권입니다. 2000m를 선행마끼리 뺑 돌아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경마를 조금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점을 지적했을 것이고, 많은 예상지에서도 이점을 생각했기 때문에 토탈을 별로 잡지도 않았고요. 그런 점 때문에 배당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하루 종일 추입으로 들어온 말은 해란강과 인리스티드 밖에 없었고, 이 둘은 엄청난 능력마 였습니다. 그나마 해란강은 이른 아침도 잡지 못하고 2착을 하고 말았었죠. 그럼 이 경주는 추입능력마가 있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날 선행 나가서 입상 못한 말은 단 한 두도 없었고, 선입마의 강세였습니다.
그런 현장 분위기를 감안해서 살 수 있는 마권, 아니 살 수 밖에 없는 마권이 되었던 것이죠. 정말 제대로 경마를 하고 싶다면 현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감각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최상의 감각은 배가 조금 고픈 상태에서, 베팅을 자제 하면서 감각을 아낄 때 최대한 발휘된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시고요.
명마는 왜 모두 거세마였을까?
외국산마 중에서 명마는 거의 대부분 거세마입니다. 원인이 무엇인가? 지금은 주로 미국에서 말을 수입하지만, 과거에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수입했습니다. 이쪽은 거세를 많이 하는 나라들입니다. 개별거래마 중에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오는 말 중에 숫말 찾아보세요. 아마 거의 없을걸요. 과거에 잘 뛰던 말들, 즉 대견, 신세대, 풀그림 모두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수입했기 때문에 거세당한 거죠. 또한 이쪽 나라들은 괜찮다 싶은 말을 헐값에 팔아넘길 때에는 거세를 합니다. 말은 줘도 후대까지 주고 싶지 않다는 심뽀죠.
새강자의 거세는 위의 경우와 조금 다릅니다. 원래 마사회 경매에 떨어질 정도로 마체가 안 좋았다고 하네요. 발육을 위해 거세를 한 측면도 있고요. 결정적으로 새강자는 더러브렛이 아니라 더러브렛계입니다. 모마 축제가 혈통이 불분명한 더러브렛계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생산에 투입될 수 없는 말이므로 일찌감치 거세를 해 버린 거죠. 만약 새강자가 더러브렛계가 아닌 더러브렛이고, 숫 말 이었다고 해도 과연 자당과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 의문이 듭니다. 자당의 부마인 디디미에겐 노던댄서의 근친이 심하고, 새강자 또한 노던댄서계통이죠. 모마 축제도 혈통을 헤집어보면 역시 노던댄서계통인 니진스키가 보입니다. 그렇게 보면 노던댄서의 근친이 너무 강해서 혈통이 활성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지구력보다는 스피드 위주의 짤막이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비가오면 선행마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비가 오면 경주로가 가벼워지기 때문에 주파기록이 빨라지고요. 선행마가 쉽게 지치지 않기 때문에 선행마가 유리합니다. 그러나 이건 일반적인 얘기일 뿐이죠. 경마 초보자들도 알고 있는 상황을 기수들이 모를 리가 없겠죠. 너도 나도 선행나간다고 절라 비벼대기도 합니다. 한 네 마리정도가 앞에서 그렇게 비벼버리면 전부 죽는 거죠. 그래서 페이스 잃지 않고 졸졸 쫓아간 선입마와 추입마가 동반 입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마리의 선행력이 탁월해서 단독선행이 예상된다면 선행마를 사보는 게 좋을 듯 하고요. 선행력 비슷한 말들이 3~4마리 정도 포진되어 있다면 선입마와 추입마를 엮어 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베팅은 case by case이기 때문에 상황에 직면해서 당일 벌어진 경주상황을 살펴보고 감각적으로 베팅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추입마의 환상을 벗긴다.#1
아마 한국에서 경마하는 사람은 거의 다 추입마를 좋아할 것입니다. 추입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와 앞서가는 말을 역전하는 쾌감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는 현대인들이라면 추입마의 멋진 역전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겠죠. 자신 앞에 놓인 역경을 이겨내기 힘든 것이 현실인데 추입마는 그런 것을 헤쳐나가니까 말이죠.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만 추입마를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1978년 미국에서는 서로 만나서는 안 될 희대의 명마 두마리가 3관 경주에서 대결을 벌였는데, 그 두마리의 명마는 바로 Affirmed와 Alydar였죠. Affirmed는 3번의 맞대결에서 1 1/4마신, 목차, 코차로 모두 승리하면서 20세기 최후의 3관마가 되었는데요, 만약 Affirmed가 없었다면 Alydar는 후착을 9마신 이상 이기며 3관마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희한한건 켄터키더비와 벨몬트 스테익스에선 Alydar의 인기가 더 좋았고 특히 뉴욕에서 벌어진 3관경주의 마지막인 벨몬트 스테익스에선 Alydar가 훨씬 더 팔렸다는 점입니다. Affirmed가 두번이나 이겼는데 Alydar가 동부 출신이라는 점도 있지만, 진짜 원인은 경주거리와 질주습성에 있었습니다. Affirmed는 빠른 발을 주무기로 한 선행마였지만, Alydar는 아주 화려한 추입을 구사하는 추입마였다는 점입니다. 특히 벨몬트 스테익스는 2400m의 장거리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죠. 1900m에서 목차로 패한 추입마가 2400m에 나왔으니 당연히 이기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이죠. 미국넘들도 추입마 꽤나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1. 추입마는 어떤 말인가?
추입마하면 생각나는게 뭘까요? 역시 폭발적인 추입력 이겠죠? 혹자는 불꽃 추입이라고 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추입마의 특성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대개 지구력과 뚝심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도 추입마의 뒷심은 돋보입니다. 그러나 추입마라고 다 뒷심이 좋을까요? 제가 아는 추입마는 초반에 힘을 아끼고 막판에 힘을 쏟아 붓는 말입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추입마라고 해도 초반에 외곽으로 돌고 중반에 무리하면 막판에 힘을 쓸 여지는 적습니다. 추입마의 생명은 힘을 아끼는 것이지 뚝심이나 지구력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요즘 외곽을 이용하는 작전이 많이 전개되고 있고, 일부 개별 수입마들은 무리다 싶은 질주를 하고도 추입을 구사합니다만 경마에서 가장 유리한 각질은 무엇이죠? 당연히 선행이죠. 진로 막힐 걱정 안하고 앞서가니 일단 벌어놓은 게 있어서 유리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포기하면서 가시밭길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편한 길로 가서는 승산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추입으로 나가는 건 아닐까요? 같은 성적을 내는 말이라면 추입마보다는 선행마의 능력을 더 사주는 것이 정석입니다. 선행은 레이스상으로 보면 편한 길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촛불처럼 사르며 가는 것이기 때문에 진짜 가시밭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같은 성적이라면 선행마에게 점수를 더 주는 것이 맞죠.
선행마가 입상하려면 그만큼 발도 빨라야 되고 힘을 꾸준히 소진하고도 막판에 땅을 파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따라야 됩니다. 반면 추입마는 힘만 아끼다가 막판에 진로를 잘 잡아
힘을 폭발시켜주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쉽죠. 정말 능력 있는 선행마라면 추입마에 비해
뒷심이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것 역시 수긍이 안가시죠? 그렇다면 요즘 어리버리하기는 하지만 한때 잘나가던 추입마 애증을 한번 볼까요? 한때는 강한 구미에 나와서도 추입으로 곧잘 입상했었는데요, 애증은 원래 추입마가 아니었습니다. 도주마 중에서도 왕도주마였죠. 그러다가 상위등급에 올라가 도주가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구력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특유의 스피드를 바탕으로 추입마로 전환하게 된거죠.
물론 애증이 도주하고 땅을 판 것은 힘이 덜 찬 상태일 때의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시절 애증이 땅 파기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힘이 찬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바닥을 쳤다면 추입마로 이정도 성장하지는 못했겠죠. 하지만 추입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역시 이정도로 크지도 못했겠죠.
자, 이제 추입마의 정의를 다시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추입마는 뒷심과 지구력이 좋은 말이
아니라 초반에 힘을 아끼고 막판에 힘을 쏟아 붓는 말이라고 물론 스피드와 뒷심이 받쳐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추입마가 선행마에 비해 뒷심이 탁월하게 좋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추입이라는 것은 작전의 개념이지 능력의
개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추입마에 대한 환상은 영원히 깨지지
않습니다.
*추입마의 환상을 벗긴다#2
1편에 이어 추입마에 대해 계속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제가 이런 썰을 푸는 것은 추입마에
대한 환상을 깰 때 실력이 팍팍 는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사담입니다만 일전에 파워경마 예상진과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이병주씨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추입마에 대한 환상을 버릴 때 경마실력은 한 단계 상승한다고(이때는 1997년이니까 이병주씨는 파워경마에 있던 것 맞습니다)
저 또한 계속해서 그런 고민을 해왔고 거기에서 많은 얘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제가 생각한 것을 검증할 수 있었고 그게 정리되어 오늘의 썰로 이어진 것입니다. 계속해서
썰을 풀어보기로 합니다.
2. 추입마는 거리가 늘수록 유리한가?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단거리에서는 선행이 유리하고 장거리에서는 추입이 유리하다라고 현상만 본다면 맞는 말입니다. 장거리를 선행으로 버틸 능력이 없다면 선행보다는 추입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장거리라고 해서 반드시 추입마가 유리할까요?
얼마 전에 은퇴해서 씨암말로 간 해암장군을 볼까요? 해암장군은 3세마 대상경주를 3개나
휩쓸고 1군에 승군 했습니다. 종반 탄력으로 보아 장거리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1900m에서 입상 한번 하고, 2000m에서는 무리한 선행싸움 탓도 있지만 완벽한 한계를 보이며 무너졌습니다. 해암장군이 나이가 어린 탓에 힘이 덜 찬 것도 있지만 거리적성이 짧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해암장군에게 번번이 지던 고려방, 비천봉은 2000m를 극복한 것과 대조적이죠. 따라서 추입마라고 거리가 늘어난다고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작년 3세마 경주에 2000m가 들어갔거나 1400m가 있었다면 해암장군이 전부 우승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시행하지 않지만 과거에 2300m 경주를 시행한 적이 있었죠. 거리가 늘어날수록 추입마에게 유리하다면 최장거리인 2300m는 추입마의 세상이어야 옳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1700m보다 1400m에서 추입마가 힘을 더 쓰는 것과는 다른 차원 입니다.
1700m보다 1400m에서 추입마가 힘을 더 쓰는 것은 자리싸움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 입니다. 1700m는 175m를 가면 곡주로를 만나고 추입마가 1,2코너에서 자리를 잡느라 헤매는 사이에 선행마는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멀리 도망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1400m는 직선주로가 길기 때문에 추입마가 거리를 손해 보는 일은 적죠. 어지간하면 기나긴 직선주로에서(575m) 자리를 잡습니다. 그래서 1700m로 거리가 300m 늘어나도 선행마가 더 유리합니다.
그러나 2300m는 얘기가 다릅니다. 직선주로도 길고 거리도 최장거리이기 때문에 추입마가
유리할 것 같지만 따라가다가 지쳐서 추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팬들이
생각하기에 막강한 뒷심을 가진 추입마가 따라가다가 지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능력이 안되어 뒤따라가는 말이라면 추입으로 기회를 노리는 수동적 추입마라면
힘을 쓸 찬스도 잡기 전에 지치기 일수 입니다.
2300m 경주를 만 3간 시행했는데 완전 추입작전을 펼진 말이 우승한 것은 단 두 번에
불과합니다. 하나는 완전 머리말이 허접한 상대를 만나 어렵게 추입해서 우승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랑프리에서 힘을 아끼다가 순간적인 스피드로 추입한 경우입니다. 대체로
추입마가 유리한 상황이었죠. 그것 빼고는 완전 추입마가 입상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경마팬들이 생각한 것처럼 추입마가 지구력이 탁월한 말이라면 장거리에서 연전연승
할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가 그렇지 않다면 추입마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될 것입니다.
추입마의 추입은 능력보다는 작전의 개념이고, 최장거리로 갈수록 능력이 나은 선행마나
선입마가 우승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말은 지난번에 거리가 짧아서 입상을 못했는데
이번에 거리가 늘어났으니 될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추입마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반영
하는 한마디일 것입니다.
출처 : 과천벌의 승부사
글쓴이 : 달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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